실용성 최고의 공예를 꼽으라면 난 망설임 없이 ‘캘리그래피’를 이야기할 거야. 일상 속에서 캘리그래피는 정말 많이 쓰이거든. 선물을 할 때 예쁜 글씨로 센스를 더할 수도 있고, 그림 실력이 좋다면 그림과 접목해 문구 상품을 제작할 수도 있지. 많은 재료가 필요하지 않아서 입문 비용이 비싸지도 않아. 거기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좋은 글귀를 적어 내려가면 힐링까지 된다니까!

 ‘붓 펜’, ‘디지털’, ‘수채화’, ‘딥펜’ 등 캘리그래피를 검색해 보면 다양한 종류가 나오는데, 글을 쓰는 재료의 차이일 뿐. 글을 쓰고 익히는 방법은 같아. 실제로 캘리그래피 작가님들을 보면 좋아하는 주 재료가 있을 뿐, 한 가지 재료로만 글씨를 쓰시는 건 아니더라고. 그러니 캘리그래피에 입문하고 싶다면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재료로 캘리를 시작해 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 캘리그래피의 매력에 빠지면 결국 다 섭렵하게 될 거란 의미?

 대표적인 캘리그래피 몇 가지를 오늘 레터에서 소개해 볼게. 마음에 드는 재료를 골라서 입문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캘리그래피의 정석?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붓 펜 캘리그래피

 먹과 붓을 이용해 화선지에 글씨를 쓰는 것부터, ‘쿠레타케’나 ‘제노’ 붓 펜을 쓰는 것까지 붓 펜으로 소개할 수 있겠다. 캘리그래피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 일부 자격증 과정은 붓 펜 캘리그래피를 배우지 않으면 다른 캘리그래피 수업을 수강할 수 없는 경우도 있더라.

 나도 캘리그래피 자격증을 수강하러 간 첫날에 초등학생 때 썼던 붓과 벼루, 먹물을 주셔서 좀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 내가 생각했던 캘리그래피랑 달라서. 하지만 캘리그래피의 기본인 만큼 잘 배워두면 다른 캘리그래피에 적응하기 쉽지.

 붓 펜 캘리그래피는 가장 재료비도 적게 들고, 휴대성도 좋아. 붓 펜 한 자루와 연습장만 있으면 어디서든 글씨를 쓸 수 있지. 나도 한창 캘리그래피에 빠졌을 때 카페에 앉아서 붓 펜으로 끄적끄적 글씨 연습을 했던 것 같아. 제대로 익히면 가장 활용도가 높지만, 개인적으론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재료야. 붓 펜은 쓸수록 길이 드는데, 그전까진 붓 끝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이 어렵더라고. 심혈을 기울여서 썼는데도 이상한 글씨가 완성되어서 속상했어.

 나는 끝까지 쿠레타케 붓 펜과 친해지진 못했지만, 제노 붓 펜은 지금도 많이 쓰는 편이야. 제노 붓 펜은 붓 끝이 단단하고, 대각선으로 붓 펜을 잘라 쓰면 필압도 잘 표현되는 편이라 가볍게 용돈 봉투를 적을 때 제일 많이 써. 가격도 제일 저렴해 단 돈 천 원!

 알록달록 예쁜 그림과 글씨를 원한다면, 수채 캘리그래피

 알록달록 완성된 작품이 예뻐서 강력 추천! 평소에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면 예쁜 그림과 어울리는 글씨를 쓸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을 거야. 물감과 워터 브러시를 이용하기도 하고, 컬러 붓 펜을 쓰기도 해. 붓끝이 짧아서 컨트롤하기 좀 더 쉬웠고, 붓에 물을 충분히 묻혀서 그런지 부드럽게 쓸 수 있어서 일반 붓 펜에 비해 서체가 빨리 잡히는 느낌이었어! 하지만 제대로 배우려면 도구가 좀 필요해. 세상엔 예쁜 색의 물감이 왜 이렇게 많은 지..

 사각사각 글씨 쓰는 소리까지 매력적인, 딥펜 캘리그래피

 펜촉에 잉크를 콕 찍어 쓰는 캘리그래피. 외국영화나 드라마에서 양피지에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보던, 바로 그게 딥펜이야. 영문 캘리그래피에도 관심이 있다면 안성맞춤이네. 사각사각 글씨가 써지는 소리조차도 힐링이 되더라. 하지만 재료비가 정말 비싸. 펜촉마다 느낌이 달라서 갖고 싶은 펜촉이 끝도 없을 거야. 잉크는 말해 뭐해.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텅장 되기 십상이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디지털 캘리그래피

 요즘 아이패드와 펜슬 많이 쓰지? 주로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 라는 어플로 글씨를 써. 재료와 표현의 한계가 거의 없지! 어플의 브러시도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필압 표현도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어. 무엇보다 큰 장점은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 다른 재료로 캘리그래피를 배울 때 한 글자가 틀리면 '아 실행 취소하고 싶다', '여기만 지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게 다 된다니? 틀린 부분만 지우고 다시 쓸 수도 있고, 글씨 크기를 조정하거나 배치를 바꿀 수도 있어서 신세계가 따로 없어!

 단점이라면 디지털 캘리그래피와 다른 캘리그래피는 좀 별개의 느낌이야. 아이패드로 캘리그래피를 쓸 땐 쉬웠지만, 막상 종이에 직접 써보려면 마음처럼 안되더라. 그래서 캘리그래피를 마스터? 하고 싶다면, 다른 재료를 이용해서 글씨를 쓰는 방법을 익히고 디지털 캘리그래피로 넘어오는 걸 추천해. 그 반대라면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있을 수 있어.

 어때? 내가 체험해 본 캘리그래피 재료들 위주로 소개해 봤는데, 마음에 드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레터에서 소개한 것들 외에도 캘리그래피에는 정말 다양한 재료가 있어. 이렇게 캘리그래피는 정말 매력적인 공예지만, 절대 쉬운 공예는 아닌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나는 캘리그래피 자격증이 종류별로 4개나 있어. 잘하냐고? 어휴 당연히 아니지. 심지어 강사 자격증까지 있지만, 가르칠 엄두조차 안 나. 이유는 간단해. 연습을 꾸준히 안 해서. 모든 공예가 연습이 중요히겠지만, 캘리그래피는 정말 꾸준하게 연습해야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공예라 연습이 부족하면 자신감이 붙질 않더라.

 그래서 독학이 정말 어려운 공예라고 생각해. 독학할 수 있는 교재가 정말 잘 나와있지만, 꾸준하기가 쉽지 않거든. 나도 캘리그래피 책이 다섯 권이나 있는데 모두 앞에 한 다섯 장만 쓰고 뒤 페이지는 아주 깨끗해! 나는 잘하지 않을까 고민돼? 자! 학창 시절에 학습지 밀려본 사람이라면 독학하지 말고 가까운 공방을 찾아가도록 하자.